모로 가도 재회하면 그만..?
나는 지침 문자를 보낸 지 2개월 만에 그에게 다시 연락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되면 되고 말면 말지라는 심정이어서 그런지 지침 문자를 보낼 때보다 훨씬 편한 마음이었다. 생각 외로 그는 답장이 빨랐고, 잠깐 만나자는 뜬금없는 제안에도 쉽게 응하였다. 변수는 그가 타지역으로 인사발령 났다는 것인데 그 거리가 무려 차로 2시간 반에 이르는 거리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다.
이는 아트라상의 이론상으로 상당한 저프레임 행위였다. 그가 원해서가 아닌 내가 원해서, 그것도 그가 있는 곳까지 가서 만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으나, 어찌 됐든 나는 나의 방식대로 재회하기로 마음먹었으므로 2시간 반을 운전하여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만나기로 한 카페에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그에게로 향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한 저프레임 행위였는데, 나는 또 바보 같은 실수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이별 당시 섭섭했던 점과 당시의 불편하고 우울했던 감정들을 우수수 쏟아내었다. 그에게로 하여금 내가 헤어지고 얼마나 많은 감정을 그에게 쏟았는지를 몸소 확인시켜 주었던 것이다. 다행인 건지 그는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 큰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이렇게 함으로써 그가 조금이라도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주길 바랐다. 물론 그는 당시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부정적인 감정이 더 컸다고 한다. 어찌 됐든 그 후 우리는 서로의 근황에 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가 무어라 한마디 정도 카톡을 남기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상실감이 찾아왔고 나는 다시 그에게 카톡을 했다. 상담사의 지침 문자와는 다른 길고 정제되지 않은 카톡이었지만, 결론은 명료했다.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처음에 나의 카톡에 거절에 가까운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명료한 거절은 아니었다. 그를 충분히 흔들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자 나는 몇 번 더 그에게 생각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고, 우리는 또다시 지겨운 재회를 했다.
내 멋대로 재회의 부작용
재회라는 결과만을 본다면 성공적이었으나,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재회의 과정에서 나는 수많은 저프레임 행동을 했기에 그 과정에서 연애의 중심점이 그에게로 기울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세 번째 재회부터 난 그와 싸우지 않기 위해 많은 눈치를 보게 되었다.
특히, 결혼 적령기에 들어섬에 따라 마음이 조급해지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와 미래를 꿈꿨던 나는 안정적인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정말 많은 것을 양보했다. 그의 늦은 술자리나 뜸해진 연락에도 섭섭함을 내비치기보단 나의 할 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 참기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정돈했지만 결코 감정적인 싸움으로 키우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때부터는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었는데, 그에게 오라고 하기보단 내가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고, 그에 따른 경비나 체력적인 소모는 모두 내 몫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 연애는 연애하고 있음에도 외로웠고, 무던히도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을 통해 재회라는 것은 결코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되며, 재회를 계기로 행복한 연애를 이어가는 것을 최종 목적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회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본다면 그다음 연애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장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재회에도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2차 재회상담은 성공이었을까.
나는 마지막 상담사의 말을 따르긴 거부했으나 어찌 됐든 재회에는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스스로 재회를 했기 때문에, 두 번째 상담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상담사의 지침대로 하지 않았음에도 재회에 성공한 것은 곧 상담받지 않아도 재회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재회’라는 결과만을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혹여 상담사가 이 글을 본다면 재회가 된 것은 첫 번째 지침문자의 위력이 남아있어서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아트라상 블로그엔 지침 문자의 위력이 수개월 후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식의 후기가 많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글쎼.. 잘 모르겠다. 그가 지침 문자의 영향으로 공백기 동안 나를 무척이나 그리워했음에도 미상의 이유로 연락하지 못했을 수 있다. 다만, 이런 부분까지 그에게 상세히 묻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또한, 첫 번째 재회 때와 다르게 그는 내가 보냈던 지침 문자들에 그 어떤 언급도 없었다.
그러나 ‘재회’라는 목표를 떠난다면 나는 두 번째 상담 또한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상담보다 많은 것들을 깨닫고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애프터 메일에서 상담사는 나에게 조금 더 기다릴 것을 권유했다. 프레임을 유지한 채 재회하기 위함이었고, 비록 쓰지 않은 지침 문자도 결과적으로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재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에는 프레임을 유지한 채 재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지 못했다. ‘재회’ 자체가 목표였기 떄문이다. 그렇게 나는 프레임을 모두 깎아내린 채 재회하였고, 결국 저프레임으로 재회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뼈아픈 일인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이별 기간 공백기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었다. 직전 이별의 경우 공백기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공백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상담에서는 2개월간의 공백기가 주어졌고, 다행히 나는 이를 어기지 않고 버텨내었다. 결과적으로 세 번째 이별에서 수많은 저프레임 행위에도 재회에 성공한 원인은 이 공백기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공백기 동안 미화까진 아니더라도 나에 대한 나쁜 감정이 많이 희석될 수 있었고, ‘만남’이라는 제1차적 목표를 비교적 쉽게 이루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재회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다. 앞서 말했듯 재회 후 연애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특히 매달린 쪽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상담을 통해 나는 성공적인 재회에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나 치밀한 전략을 짜느냐가 재회 상담 업체의 중요한 경쟁력일 것이다.
+이전 글
2022.12.16 - [분류 전체보기] - # 재회상담 이야기_4 : 세 번째 이별, 2차 재회상담 후기(1)
'연애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재회상담 이야기_7 : 결혼이 싫은 남자, 다시 찾은 재회상담 (1) | 2023.01.05 |
---|---|
# 재회상담 이야기_6 : 재회의 비법서, 큐어릴 ‘재회의 원리’ 구매 후기 (0) | 2023.01.04 |
# 재회상담 이야기_4 : 세 번째 이별, 2차 재회상담 후기(1) (1) | 2022.12.16 |
# 재회상담 이야기_3 : 두 번째 이별, 그리고 재회상담 첫 번째 후기 (1) | 2022.12.15 |
# 재회상담 이야기_2 : 첫 번째 이별, 그리고 아트라상과의 만남 (2) | 2022.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