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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일상

# 재회상담 이야기_7 : 결혼이 싫은 남자, 다시 찾은 재회상담

 

 

결혼에 대한 그와의 온도 차

 

세 번을 헤어졌다 만날 즈음에 난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고, 결혼을 위해 안정적인 연애를 유지해가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와 재회를 할 당시, 결혼에 대한 이런 나의 생각을 전했기에 그 또한 나와 같은 맘일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다사다난했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무사히 결혼에 골인할거라 생각했다.

 

다행인지 재회 후 그와의 연애는 별 탈 없이 이어졌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농담 식으로 결혼 이야기를 꺼낼 때면 상투적인 반응만 할 뿐, 진지한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차츰 불안해졌다. 친구들은 한 두명씩 결혼을 하기 시작하는데 정작 나의 남자친구는 미적지근한 반응만 보이니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재회한지 6개월정도가 지날 무렵 먼저 포문을 열었다.

 

우리 내년에 결혼할 수 있는 거야?’  (재회할 당시 나는 그에게 1년후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는 당황한 듯 내년은 힘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 순간, 우리 관계에 또 다시 큰 위기가 왔음을 바로 직감했다.

 

그날 밤, 나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요동쳤고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철썩같이 그도 결혼을 원할 것이라 믿었는데, 그의 애매하고 확신 없는 답변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방증했기 때문이다. 나는 잠을 자려다 말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닦달하기 시작했다. 내가 당시 느꼈던 배신감과 분함, 이런 모든 나쁜 감정을 쏟아 그를 비난했다.

 

그는 경제적인 상황과 장거리에 대한 문제들을 변명 삼아 말했지만, 그 모든걸 모르고 시작한 연애가 아니었다. 결국 나의 닦달과 다그침으로 그는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잠수를 타버렸다. 뒤늦게 그가 잠시 연락이 끊긴 것이 아닌 잠수를 탔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어르고 달래보자 했지만 그는 모든 연락을 씹고서는 약 한달 반 가량을 잠수탔다.

 

잠수이별, 또 다시 3차 상담

 

잠수이별이 여러모로 악명 높은 이별 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 타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직접 당해봄으로써 얼마나 처참하고 참혹한 심정인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짧지 않은 연애의 시간을 잠수라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마무리 하려는 남자친구의 태도에 엄청난 상실감을 느꼈다.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또 한번 아트라상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분노, 배신감, 참담함 등 복합적인 감정 속에 내가 진심으로 그와 재회를 원하는지도 몰랐지만, 일단 그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 다시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모르겠기에 3번째 상담을 뱓게 되었다.

 

상담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결혼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재촉한 것을 꼽았다. 프레임이 애매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결혼을 보챔으로써 나의 프레임이 더욱 하락했다는 것이었다.

 

상황에 대한 상담사의 분석은 여전히 완벽했지만, 그만큼 읽기가 괴로웠다. 지침문자 또한 내가 그 상황에서 그에게 보낼 수 있는 최선의 문자였다. (참고로 적자면 당시 지침문자는 그의 무책임함을 빌미로 죄책감을 심어내는 한편 나의 프레임은 올리는 문자였다. ) 그러나 완벽한 문자였음에도 나는 쉽사리 보낼 수가 없었다. 어찌됐든 그는 나와의 결혼보다 이별에 무게를 둔 상황이었기에 이 지침문자를 보내는 것이 스스로 마지막 발악처럼 느껴져 참을 수 없었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결국 나는 재회를 위한 지침 문자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됐든 다른 방법으로 그와 대화를 해야겠다는 목적은 이루게 되었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 나는 그와 다시 만나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잘 마무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와 카페에서 만나 자리에 앉았을 때, 나는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우겨넣으며 이별을 말했다. 어찌됐던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를 정리하는 것, 내가 만들고 싶은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이별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나온 답은 뒷통수를 때린 듯 나를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그는 나와 결혼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잠자리 횟수가 적은 것이 걱정이라는 말을 꺼낸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건 어떻냐고 역제안을 하였다. 당황한 나는 그 자리에서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가 없었다. 다만 얼떨결에 자리를 나오고 나서야 너무나도 더러운 기분에 모멸감을 느낄 뿐이었다.

 

그는 일주일간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했고, 정확히 일주일 뒤 그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여전히 잠자리가 걱정이라며 나의 생각은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 대신 나는 결론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나의 물음에 대답대신 읽씹을 시전하였고, 나 또한 굳이 대답을 듣고자 하지 않았다.

 

세상의 이별이 꼭 아름다울 필요가 없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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