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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일상

# 재회상담 이야기_8 : 재회상담 마지막, 상담거절을 끝으로

 

잘 지내냐는 뻔한 연락, 받지 말아야 하는 이유

 

나는 그를 정리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쏟았던 정성만큼 한 순간에 그를 지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불현듯 분노가 솟구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이별의 상실감이 크게 느껴져 밤을 새우는 날도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적지 않은 연애를 해왔고 그만큼 다양한 이별을 겪었지만, 이 때의 이별은 가장 후유증이 큰 이별이었다.

 

그와 마지막 연락 이후 40여일이 지났을 때였. 그 즈음 나는 그를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숱한 소개팅을 기계적으로 했다. 그때도 난 회사 동기와 곧 있을 소개팅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핸드폰에서 카톡 진동이 울렸다. 액정을 내려다 보니 너무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그의 이름으로 카톡이 와있었다.

 

잘 지내?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순간 가슴이 뛰었고, 한마디로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겼다는 묘한 승리감, 그의 심경 변화에 대한 호기심, 그러나 받지 말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경계심 등 수많은 감정이 나를 감쌌다. 물론 그 중에 반가운 맘 또한 없지 않았다. 공백기 동안 상대방이 미화된다는 아트라상의 이론은 애석하게도 나에게 또한 적용되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당연히 그의 카톡을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감성이 지배적이던 나는 그를 믿고 싶었다. 찔러보는 것이 아닌 진실된 마음일 것이라고 말이다. 고민 끝에 나는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답장을 했다.

 

응 무슨일이야?’

 

그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고, 이번 주는 안된다는 나의 말에 그럼 다음 주라도 보자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고 차분히 약속 날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믿음은 곧바로 깨졌다. 허무하게도, 그는 약속한 당일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당시 내가 아예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었다라는 것이다. 몇 번의 경험으로 그가 지독한 회피형이라는 것과 자존심을 굽히고 먼저 연락하고 만남까지 이어가는 것 모두 그에게 편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것을 이겨낼만큼 나에 대한 맘이 간절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나는 또 다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매번 반복되는 그의 비겁함에 애써 눌러왔던 분노가 다시금 폭발했다. 나는 이전 상담에서 받은 지침문자를 참고하여 그에게 최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말을 궁리하여 마지막 카톡을 보냈다. 그가 조금이라도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리길 진심으로 바랬다.

 

마지막 상담 신청과 상담 거절까지

 

3개월 즘 지났을까. 내 생활도 차츰 안정되는 듯 했다. 이별의 상실감도, 솟구치는 분노도 점차 사그러들었고 만나보고 싶은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죄책감도 커질 것이라는 묘한 확신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카톡 친구 추천에 뜨는 그를 완전히 삭제하진 못했다. 간혹 생각이 날 때면 친구 추천에 보이는 프사를 보곤했다. 이런 나를 이해 못하고 답답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내 연애 역사 중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었으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어찌됐던 그의 프사는 헤어진 이후로 큰 변화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눈속임이었다. 어느 날 문득 그가 궁금해진 나는 그를 다시 친구 추가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그의 프사는 사실 멀티프로필을 통해 나에게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프로필 사진에 변화가 없는 척 나를 멀티프로필로 가려놓고 뒤로는 새로운 여자친구와 손을 다잡은 사진을 업로드 하였다.

 

애써 다잡은 맘은 또 그렇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버릇처럼 상담 신청을 했다. 그가 나보다 먼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것이 분했고, 내가 그를 아직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들킨 것만 같아 부끄러웠다. 동시에 애써 부인했던 사실, 아직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맘이 남아있구나란 것을 깨닫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미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는 그였으나, 그를 흔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때의 난 그가 굳이 멀티프로필을 설정한 것이 나에 대한 미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트라상에서도 그렇게 해석해주길 기대했다.

 

나는 다시 한번 구구절절한 사연을 써 아트라상에 올렸고 상담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아트라상에서 문자가 날라왔다. 이전까지 상담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아트라상에서 먼저 문자가 날라온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것이 심상치 않은 일임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아트라상에서 온 문자

 

홈페이지에서 댓글을 보니 상담사는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긴 글을 달아놓았다. 헤어진지 많은 시간이 지나 프레임이 이미 많이 떨어졌으며, 나아가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 상황에서 재회할 수 있는 확률히 극히 낮다고 이야기였다. 또한 상대방의 멀티프로필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어떠한 지침으로도 재회를 넘어 결혼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나는 그렇게 상담을 거절당했고 환불받아야만 했다.

 

상담거절 그 후

 

상담거절이 있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내렸다. 미련이 짙었던 나는 혹시 헤어진게 아닐까 하고 아트라상에 문의해 보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답을 끝으로 나는 그를 영구히 포기하기로 마음 먹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그를 차단하기까지 이르렀다.

 

수많은 내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해결책을 주는 아트라상이지만, 본질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회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거절했다는 것은 나의 재회 가능성이 그 정도로 희박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트라상으로 인해 시들어가던 연애의 생명 줄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마지막에는 아트라상의 상담거절을 통해 남자친구를 완전히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3번의 상담, 그리고 마지막 상담거절을 끝으로 아트라상과 질겼던 남자친구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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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 [연애 일상] - # 재회상담 이야기_7 : 결혼이 싫은 남자, 다시 찾은 재회상담